앱을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개발자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화면에 보이는 UI를 어떻게 예쁘게 꾸밀지,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어디에 저장할지, 로그인 기능은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 등 고민거리가 끝없이 이어지죠. 특히 스타트업이나 작은 팀이라면, 제한된 리소스 속에서 “핵심 기능을 얼마나 빨리 서비스로 만들 수 있을까?”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바로 이런 고민 속에서 BaaS(Backend as a Service)라는 개념이 태어났습니다. 말 그대로 백엔드에서 필요한 기능들을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는 모델인데요. 개발자는 복잡한 서버 인프라를 직접 다루지 않고도 API나 SDK를 이용해 로그인, 데이터 저장, 알림 같은 기능을 바로 붙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앱을 만들려면 백엔드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서버를 구매하거나 호스팅을 설정하고,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성하고, 보안 패치를 챙기는 과정이 필수였죠. 백엔드 개발자는 인증 시스템을 만들고, 파일 업로드 기능을 구현하고, 사용자 관리 로직을 짜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작업들이 거의 모든 서비스에서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로그인은 어떤 서비스든 필요하고, 데이터베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혁신적 아이디어”와는 상관없는 공통적인 백엔드 작업이 전체 개발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거죠.
BaaS는 이런 상황을 바꿔놓습니다. 더 이상 서버를 직접 구성하지 않아도, 이미 준비된 인증,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를 바로 가져다 쓸 수 있으니까요. 그 결과 개발자는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로직 같은 차별화된 영역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습니다.
BaaS의 위치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우리가 흔히 듣는 다른 서비스형(as a Service) 모델과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자면, IaaS와 PaaS는 인프라와 환경을 제공하는 층이고, SaaS는 아예 완제품을 제공하는 층입니다. BaaS는 그 중간에서 “앱 개발자가 가장 자주 필요로 하는 백엔드 기능만 골라 서비스화”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BaaS가 주목받게 된 걸까요?
첫 번째 이유는 모바일 앱과 웹 서비스의 폭발적 증가입니다. 스타트업부터 개인 개발자까지, 새로운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수요가 커지면서 백엔드 구축에 쏟을 시간과 비용이 줄어든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클라우드 인프라의 성숙입니다. 과거에는 서버 자원을 유연하게 쓰기 어려웠지만, AWS, GCP, Azure, OCI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그 위에 더 추상화된 레이어를 쌓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BaaS는 바로 이 추상화의 산물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프론트엔드 중심 개발 문화의 부상입니다. React, Vue, Flutter 같은 프레임워크가 성장하면서 프론트엔드 개발자 비중이 커졌는데, 이들이 단독으로 앱을 만들기 위해서는 백엔드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습니다. BaaS는 그 요구를 충족시켜 줍니다.
마지막으로, 빠른 실험과 시장 진입 속도의 중요성도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MVP를 빨리 내놓고 시장 반응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BaaS는 “아이디어 →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BaaS는 단순히 새로운 기술 용어가 아니라, 개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패러다임입니다. 과거에는 반드시 직접 구현해야 했던 백엔드 기능들을 서비스로 제공함으로써, 개발자들이 차별화된 가치를 만드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지요.
이번 글에서는 BaaS의 개념과, 전통적인 백엔드 개발 방식과의 차이, 그리고 다른 서비스형(as a Service) 모델과의 비교, 마지막으로 BaaS가 등장한 배경까지 살펴봤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BaaS가 실제로 어떤 기능들을 제공하는지, 즉 BaaS의 핵심 구성 요소에 대해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